누군가의 서랍장

누군가의 서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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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정리를 위한, 공간과 책 그리고 SNS


1. 생각정리를 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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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할 여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프로젝트 기획자는 생각 정리를 위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복잡한 머리를, 누군가는 답답한 감정을, 누군가는 묻혀있던 바램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글, 그림, 사진 또는 무언가로 정리된 생각들을 모아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질문을 더해서요.

하늘의 색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당신께 행복은 무엇이신가요?

2. 생각정리를 위한 책, 나만의 서랍장

영감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솔직한 곳에서 온다.

사람은 때로 일기를 쓰거나 질문지를 쓰며 생각을 정리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몇몇 생각에는 감정과 바램이 함께 담겨있기 때문에 혼자서 정리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자신의 생각에 갇혀버리기도 합니다. 그건 어렵고 아픈 과정입니다. 돕고 싶었습니다.

50여명의 사람들이 정리한 100여개의 생각들을 추려 책으로 엮었습니다. 적절한 질문과 답변 페이지를 두어서, 책을 읽으며 떠오른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위로를 받되 스스로에게 갇히지 않으면서요.

정답을 쓰려 하지 말고, 질문을 보고 떠오르는 것들을 다 적은 다음 그다음 버릴 생각을 버리고, 예쁘게 정리하시면 됩니다.

생각에 얽매이지도, 피하지도 않도록 잘 정리해두는 나만의 서랍장인 것입니다.

/ 폐업 신고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도전을 할 때는, 포기해야 하는 것보다 더 얻을게 있는 것 같다는 판단이 섰을 때 도전했다. 내 나이에서 우선순위는 성취보다 배움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창업지원사업에 지원하며 기대했던 것은 좋은 실패였다.

성공에 대한 기대는 분명 있었다. ‘나는 부자가 될거야!’ 라는 기대보다는, 나의 비전과 가치관에 맞는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서 가치전달 한다는 것 때문에 창업이 끌렸다.

다만 창업의 선택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상담을 전공하는 대학생, 놀라운 아이디어로 한 번에 사업 성공을 거두다!’ 같이 꿈 같은 확률을 쫓는 것은 적어도 나한테는 타산이 안 맞았다.

창업의 평균 지속률은 매우 낮았고, 그 이야기는 창업이 자신감과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한 번 이상의 실패를 겪었다는 통계적 사실이 있었다. 시행착오 없는 성공은 불안정한 모래성 같았다는 경험적 사실이 있었다.

그런 사고 과정으로 나는 첫 창업을 통해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배움은 창업 실패라는 요상한 결론을 내렸다.

좋은 실패를 위해서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많은 돈이 들어가거나 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은 사이클의 개괄적인 작업은 모두 해봤다. 기획, 사업계획서, 지원사업진행, 예산 사용, 서비스 운영, 고객 응대, 서비스 개선, 디자인, 제품 생산과 온라인 판매, 웹 개발까지 해봤다.

내 자본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실패에 대해 내가 충분히 슬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일정수준 이상의 노력과 적절한 성공, 적절한 실패와 내 행동의 이유에 대한 완고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쩌면 기획단계부터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모두 겪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실패를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아주 조금 이해하게 된다. 가치는 완벽한 기획안이 아니라 끊임없는 개선에서 온다는 애자일 방법론에 대한 체험적인 이해다.

비즈니스로 보면 시장에 대한 겸손함일 수도 있겠고, 심리학으로 보면 삶의 행복은 단 순간의 성취가 아니라 가치를 정하고 계속 개선해나가며 생기는 꾸준한 안정감을 통해서 온다는 삶의 조각에 대한 깨달음이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이렇게 폐업 신고를 하며 나의 첫 창업이 성공적이었다고 쓴다. 행복은 견고한 일상에 영감 한 스푼. 여전히 내 꿈은 행복한 사람이다.